우연히 마주하게 된 경험들 속에서 내가 바라보고, 기록한 것들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다. 소방서에서 구급대원 보조로 2년간 일하며 흔들리는 구급차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죽음을 마주한 경험 속에서 내가 지금까지 지나 온 시간과 공간, 기록들이 내게 다르게 다가왔다. 때로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기 전에 또 다른 경험들이 파고 들기도 하였다.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그렇게 트라우마 라는 것을 가까이 내 몸으로 직접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나와 세상에 대한 경계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그 순간들 속에서 남겨온 기록들은 무엇 이었을까?

 사진이라는 것은 순간에서 읽을 수 없는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하나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 씨앗이 언제, 무엇으로 피어나고 어떻게 성장하여 뻗어나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결국 씨앗은 심어지게 되었다. 그 속에 있었던 나는 어디에 있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트라우마를 버텨냈던 것은 결국 기록의 힘이라 말하고 싶다. 사람에게 있어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힘은 기록과 경험 들의 증명이라 생각한다.

 이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과거의 나. 지금의 나. 그리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어느 순간의 나는 또 이 사진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 사진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겐 또 어떤 이야기가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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