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내가 담아온 사진들 속,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내 몸의 일부분을 눈치채게 되었다. 제법 많은 순간속에 내 손을 어떠한 대상과 함께 기록하고 있었다. 그 시작이 언제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손들이 있었는지 궁금하여 시간을 거슬러 손이 등장한 사진들을 하나하나 모아보게 되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속 곳곳에 내 손이 등장하고 있었다. 

왜 손인가?
어쩌면 무의식 속, 내 시선으로 보는 사진의 사각형 공간 안에 나의 일부분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버릇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속에 있는 '나'를 스스로 기록하고 싶을 때,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가장 편한 부위는 나의 손이었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모습과 버릇 중 한 조각이라 생각한다. 
 이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겐 각자 다른 의미로 해석을 열어 두고 싶다. 누구나 자신만의 손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의 삶 속에 서로 다른 손의 움직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으니까. 결국 이것은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하여 또 다른 누군가의 손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하나의 버릇이자, 삶을 이 사진들속에 온전히 담고싶었다.
나에게는 '손'이었지만 이 사진들을 보는 다른 누군가의 손이, 그리고 그것이 손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2022 단체전 <아니다 있고 있다> 와이아트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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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남겨온 기록들을 하나씩 짚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걸리게 되는, 반복되는 버릇과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삶의 모습은 결국 그 사람의 버릇과 흔적이 모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나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에는 하늘이 있었고, 하늘의 색과 구름의 모양은 매일매일 달라졌다. 하나의 문으로 사진을 선택 하였고, 그 문의 손잡이를 잡아 열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너무 미끄러웠다. 언젠가는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너무 미지근 하기도 했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 땐 바로 어제의 일도 아득히 먼 과거처럼 더 훌쩍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분명 아직 과거 어딘가에 나는 머물러 있는 거 같은데, 그 공간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거 같은데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나는 여기에 머물러있다. 기억을 잘 못해서, 놓치는 게 많아서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기록을 해 왔지만, 또 그 기록들을 잘 정리하지 못해서 책으로 먼저 풀어내게 되었다. 종이위에 남기는 무언가가 생각이나 감정 보단 기록에 더 무게를 둔 순간들이 늘어났다. 돌아보면 많은 순간들 속에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많이 기록하고, 떠오르는 문장이나 생각들을 한 두 마디 기록한 정도였다.
 어느 날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가자리에 앉아 손바닥 위로 내리쬐는 빛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피부가 조금 건조해보였다. 가장 익숙하고 매번 다니는 길이 있었지만 하루는 왼쪽 길로,  다른 날은 오른쪽 길로 한번 돌아가 보았다. 특별한 일은 없었고 평범했지만, 때론 그 평범한 모든 것이 새로웠다. 타인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내 삶의 조각중 하나는 꾸준한 기록으로 남긴  손에 대한 기록들이다. 어느 순간의 가늠자이자 무게나 빛, 공간, 혹은 하나의 종이 같은 역할을  해내기도 하였고, 때론 풍경이 되기도 하고. 온도가 되기도,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였는데 돌아보면 가장 큰 세상은 나에게 있었다.
2022.07.18. 새벽. 손 -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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